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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자의 마인드

직장생활 10년, 퇴사 보고서_ 시작

by 오에스마인드 2022.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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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 퇴사 보고서_ 시작


보고서


보고서라는 단어가 나오면 왠지 결론을 먼저 써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든다. 그렇다. 직장생활 10년에 길들여진 나를 평가할 누군가를 위해 생각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들을 제작하기 위해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나는 직장생활 10년의 마침표를 찍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나의 직장생활은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빠른 시기에 마무리되었다. 그 시점과 기간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더 미룬다고 바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급하게 준비하는 것 아니야?"라는 고민을 수도 없이 했지만 이 생각도 결국 사회가 규정지어준 상황 안에서 평가받는 기준으로 판단하는(혹은 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세상과 사회가 규정지어준 시간, 시점에 맞춰 살도록 교육받아왔다.


학창 시절에는 말 잘 듣는 학생이 되어야 하고 스물에는 대학에 가야 했으며, 재수라도 하게 되면 너무 늦은 것은 아닐지 압박감을 느꼈다. 그것뿐인가 대학 졸업을 하면 바로 취업을 해야 했다.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닌데 조금이라도 늦으면 세상이 망한 것처럼 느껴질 만큼 사회에서 버림받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서른이 다가오면 결혼에 대한 압박, 결혼을 하면 출산에 대한 압박, 한 번의 출산은 두 번째 출산을 강요받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세상이 만들어준 역할과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서른이 넘는 시점부터 사회에서 인정하는 낙오자가 되었다.


말 잘 듣는 학생이었고 규정에 잘 맞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위기는 취업할 때부터 찾아왔다. 결과적으로 취업의 어려움은 이겨냈다. 좌절하기도 하고 무너지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세상과 함께 숨 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고민은 다시 시작되었다. 끝없이 무언가에 맞춰 달려야 했는데 나는 그 톱니바퀴 같은 회사의 속도나 크기, 방식에 금방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날 수 없었던 괴상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결혼에 대한 압박감을 겪었고 지금도 겪고 있다.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했던 내 머릿속은 여유가 별로 없었고 누군가와 함께 할 마음의 여유가 잘 생기지 않았다. 금세 지쳤고 스스로 나가떨어졌다. 그냥 세상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면 스스로 조금 위로가 될까? 혹은 맞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하면 그건 괜찮은 걸까? 그러다가 문득 "에라 모르겠다"라는 결론을 내버렸다.

낙오자인 듯 살아가는 삶은 행복하니?


누군가가 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들을 잘 지켜내던 모범생이었던 나는 사회의 규정과 생각에 엇나가고 있다. 근데 그래서 지금 세상이 무너졌나. 매일매일 펑펑 울만큼 슬픈가.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고 너무 행복한가. 그것도 아니다. 대신에 약간의 긴장과 불안감이 추가되었지만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의지는 더 강해졌다.


지금 오늘 12시 나만의 공간과 책상에 앉아있는 나는 내가 듣기 싫은 얘기를 듣지 않아서, 그리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보지 않아도 되는 게 너무 좋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내가 진짜 무엇을 원했었는지 그리고 무엇을 잘하는지, 언제 행복한지 찾아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싶다. 내가 더 늙고 더 어마어마한 사회의 낙오자가 되더라도 말이다.


일 년 전 내가 한창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그 불안함을 널어놓은 짧은 글들을 시작으로 퇴사 후 나의 삶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즐거워할 무언가에 대해 가볍게 쓰는 가벼운 글을 이어가려고 한다. (쓰다 보면 조금 무거워질지도 모르겠다.)


"깊이 잘 때도 환하게 웃는, 행복한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2009. 5. Preikestolen(프레이케스톨렌,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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